한솔 초등학교 3학년. 두 남매의 부모님께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된다. 남매는 학교에서 그 비보를 접하게 되었고, 충격과 깊은 슬픔 속에서 친척 어른의 도움으로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아직 너무 어렸던 남매를 대신해 상주의 역할은 친척 어른께서 맡아주셨다. 장례가 끝난 뒤, 친척들 사이에서 남매를 보육원에 보내자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남매는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어린 누나와 동생은 부모님 없이 단 둘이서 살아가게 된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친척들의 소소한 금전적 지원 덕분에 겨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충분히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이로 인해 남매 둘 다 왜소한 체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나는 항상 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양보를 아끼지 않았다. 한솔은 그런 누나를 보며 좋은 대학에 진학해 훗날 누나에게 보답하겠다는 다짐으로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어른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두 남매는 일찍 철이 들어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성숙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다니던 중학교에서 육상 유망주로 활동하고 있었으나 계주 중 사고로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수술과 재활은 마쳤으나 병원에서 육상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권고를 받는다.
이전까지 명랑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활발한 학생이었으나 바쁜 부모님의 무심함 속에 좌절에 공감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목표를 잃은 것에 대한 공허감을 느끼며 크게 엇나가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등교 거부였다.
승아가 학교에 나가지 않고 방황하던 시기. 길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솔과 마주치게 된다. 그냥 지나갈 줄 알았던 한솔은 승아에게 다가와 대뜸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한다.
당시 또래보다 월등한 신장이었던 승아는 왜소해서 중학생으로도 보이지 않는 솔이가 겁도 없이 따박따박 잔소리를 하자 황당하기도 했고 귀찮게만 여겨졌다. 살짝 겁을 줘서 쫓아낼 생각으로 불량스러운 태도를 취했지만 솔이가 생각보다 쉽게 물러나지 않자 날 언제 봤다고 잔소리냐며 투닥거리는 행태가 된다. 급기야 경찰을 부르려는 솔이를 땅에서 들어올리는 것으로 가볍게 제압...했다고 생각했으나 박치기를 당하고 그 틈에 담배도 뺏들린다. 이후 도망가는 솔이를 쫓아가려다가 이 상황이 어이없고 자신이 지금 꼬맹이랑(..) 뭐하는 건지 현타가 와서 그냥 도망가는 뒷모습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 때만 해도 한 번의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날 일인 줄 알으나 이후로도 이상하게 담배만 피우러 가는 족족 솔이와 마주친다. 첫 만남부터가 좋지 못했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만날 때마다 옥신각신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솔이의 얼굴(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말이 안 통하고, 최악ai 같음)만 봐도 귀찮아지기에 이른 승아는 하루는 솔이를 마주치자마자 마구 뛰어 도망가기 시작한다. 한솔은 도망치는 승아를 반사적으로 쫓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로 이유도 모르고 길에서 추격전을 벌인다. 원래라면 허약한 솔이를 따돌리는 것은 승아에게 일도 아니었겠으나 다리 부상의 영향으로 얼마 달리지 못하고 솔이에게 잡히게 된다.
여전히 담배를 물고 늘어지는 솔이에게 담배와 원수라도 졌냐며 투덜거리니 그는 솔직하게 승아가 걱정된다고 말해준다. 이제 한 두 번 본 사이도 아니지 않냐는 솔이의 말에 승아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그간 부모님에게조차 받아보지 못했던 걱정을 처음 본 데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애한테 받은 데다, 자신은 그에게 친절하게 대한 적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받은 타인의 호의에 그간 외로웠던 시간이 조금 위안받는 기분이 든 승아는 그 자리에서 울고 만다. 당황하던 한솔은 승아에게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을 건네주고(흰색에 물고기 자수) 다음에 만나면 돌려달라고 했지만 그간 줄기차게 마주쳤던 게 무색하게도 그 뒤에 둘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승아와 솔이는 이름도 모르는 서로에 대해 싹트기 시작한 호기심을 간직하며 시간이 흐른다.
한솔의 누나인 한설은 천체관측부를 개설하기 위해 부장을 포함해 4명의 부원이 필요했다. 그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솔은 누나를 따라 자발적으로 입부했다. 승아는 중학교 때 친구였던 이시우의 권유로 부실에 구경을 갔는데, 그때 2년 전에 마주쳤었던 한솔과 재회하게 된다.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했던 두 사람. 한솔은 승아를 ‘담배’, 승아는 한솔을 ‘꼬맹이’라며 서로를 삿대질한다. 서로 아는 사이였냐고 묻는 누나 한설에게 한솔은 저 사람(승아)는 안 된다며 만류한다.한솔의 눈에 승아는 그저 담배나 피우는 비행청소년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본 승아는 오히려 반발심에 ‘내가 싫다면 들어가서 괴롭혀주겠다’는 심보로 천체관측부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부장 한설과 부원 한솔, 이시우, 승아까지 총 4명의 부원이 모이면서 천체관측부가 성공적으로 개설된다.
그러나 승아는 부활동에 비협조적이었다. 학교 자체를 빠지는 경우도 있었고, 부활동 시간에 몰래 집으로 가기도 했다. 한솔을 괴롭혀주겠다며 입부하긴 했지만, 막상 그러려니 출석하는 것이 더 귀찮았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한솔은 어느 날 부활동 시간에 직접 승아의 반으로 찾아갔고, 마침 가방을 메고 하교하려던 승아와 마주쳤다. 한솔이 어디 가느냐고 묻자, 승아는 당연하다는 듯 집에 간다고 대답했다. 한솔이 부활동은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승아는 인원수 채웠으면 됐지, 왜 그런 것까지 해야하느냐고 반박한다. 이에 한솔은 부원이 됐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부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박따박 대꾸했지만, 승아는 나한테 책임감 같은 게 있어 보이냐며 한솔을 지나쳐 간다. 한솔은 그런 승아의 행동이 어이가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부활동 시간마다 승아를 데리러 교실로 찾아갔고, 부장인 한설에게 승아의 휴대폰 번호를 받아 문자로 독촉하기도 했다. 이때 승아는 한솔의 번호를 ‘부활동 알림’으로 저장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솔은 승아에게 왜 그렇게까지 부활동을 하기 싫어하는지 물었다. 승아는 “학교에 별로 있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한솔이 그 이유를 묻자, 오히려 승아는 그러는 너야말로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에 한솔은 자신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답한다. 다른 학생들 역시 그럴 것이라며 승아에게는 그런 이유가 없느냐고 묻는다. 승아는 이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그러니 신경 끄라고 답한다. 그러나 여전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던 한솔은 그래서 그때 울었던 것이냐며 2년 전의 일을 언급한다. 이 말에 승아는 정곡이 찔린 듯 신경 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냐며 신경질적으로 답했지만, 한솔은 개의치 않고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이제 승아는 자신에게 2년 전처럼 아무나가 아니라며, 그 날 울고 있던 승아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니 자신은 승아를 혼자 돌 수 없다고 한다. 한솔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본인 역시 누구 앞에서도 마음대로 울지 못하는 밤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날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남학생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승아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한솔의 진심이 전해진 것인지, 승아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 뒤로는 이전처럼 부활동에 강하게 반발하거나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물론 여전히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하교 하려고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한솔이 찾아오면 승아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동아리실로 향했다.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았던 승아는 당연히 고교에서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했고, 그나마 친구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은 천체부 3명이 고작이엇다.
여느 때처럼 지루함을 못 이겨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승아는 독서실에 가는 솔이를 마주친다.
마침 혼자 노는데 질렷던 참이기도 하고 솔이라면 간단히 제압(?)해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승아는 자기가 놀아 주겠다는 뻔뻔한 핑계를 들이대며 한솔을 잡아간다. 한솔은 예상대로 당황해 하면서 승아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채 얼결에 끌려가게 된다.
영화관에 들어오고 나서야 승아는 자기한테 영화표가 두 개 있다고 말해준다. 그걸 왜 이제 말하냐고 나무라는 한솔에게 미리 말하면 공부하러 가야 한다고 안 올게 뻔하니 그랬다며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심심하니 같이 봐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그 때 한솔이 친구 없습니까 하고 묵직하게 물어본다.
찔린 승아 대꾸하지 않음.
한솔이 친구 없습니까 하고 두번 물어봄.
승아 대꾸 안하고 팝콘이나 산다.
한솔 여태 친구도 안 사귀고 뭐햇습니까 라고 꿋꿋하게 물어본다.
승아 너한테 듣고 싶지 않아 라고 대꾸한다.
한솔 전 공부하느라 바빴다고요 근데 당신은요. 하고 뼈아프게 물어보다.
승아 나도 노느라 바빴다고 항변하다.
한솔, 혼자서요? 하고 결정타까지 먹이다.
승아, 시끄러 하고 결국 짱내다.
한솔은 어쩔 수 없이 승아와 함께 영화를 본다. 그 뒤로도 승아는 이것까지만, 저것까지만 하고 조르는 것을 반복하며 시간을 질질 끌어 영화관에 있는 오락실에서 인형뽑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저녁도 먹고 카페도 가는 둥 알찬 시간을 보낸다.
한솔은 독서실에 가야 한다고 반복해 말하면서도 승아와 노는 것이 나쁘지 않아 못 이기는 척 끌려다녀 준다. 늘 공부만 하느라 친구와 밤늦게까지 놀아본 일이 없엇던 한솔이라 처음으로 독서실을 빼먹고 경험해 보는 일탈이 즐거웠던 것이다.
승아는 딱히 데리고 올 사람이 없어 충동적으로 솔이를 끌고왔던 것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간 몰랐던 솔이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곤 생각보다 웃긴 구석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즐거웠다.) 또한 이렇게 또래와 함께 생각없이 웃고 떠들며 논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자각을 했다.
늦은 밤까지 놀고 헤어진 둘은 돌아가는 길에 자연스레 또 함께 놀고 싶다고 생각 한다.
깊어지는 마음
그간 실내에 틀어박혀 공부만 해오던 한솔. 입시가 다가오면서 조급한 마음에 슬럼프가 찾아왔었으나 승아와 시간을 보낸 뒤 어쩐지 공부가 더 잘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며칠 뒤, 오랜만에 등교한 승아는 오자마자 자신의 반이 아닌 솔이의 책상 앞으로 가서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반에서 워낙 조용히 공부만 하던 한솔이라 주변 학생들의 이목이 단숨에 끌린다. 한솔은 이렇게 시선을 받는 상황도 처음이고 승아의 말도 당황스러워서 얼빠진듯 가만히 있으니 승아가 데이트 신청이라고 못박듯 말해준다.
이후 자연스레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승아는 한솔을 좋아하게 된다. 동시에, 그간 오늘이 마지막인 양 살아왔던 승아에게 목표가 생긴다. 바로 솔이와 함께 졸업하는 것. 이전과는 달라진 태도로 학교에 꾸준히 출석하기 시작한다. 묵은 습관을 고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매일 아침 등교에 성공하면 어김없이 교문을 지키고 있는 솔이와 하이터치를 하는 것이 마치 칭찬도장마냥 나름의 동기 부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을 넘어 미래에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학 진학을 결심한다. 자신이 달리기 외에 무엇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던 끝에 고등학교 2학년 말, 연기 학원에 등록한다.
졸업식 날 승아는 솔이에게 돌려 줄 손수건과 함께 감사를 전하기 위한 꽃다발을 준비했다. 답지않은 행동인 걸 알고 조금 쑥스럽게도 했지만 솔직담백하게 감사를 전하고자 무어라 말할지 연습도 했다. 하지만 막상 솔이 앞에 서니 영영 못할 줄 알았던 졸업을 한 게 기쁘기도 하고, 다시는 솔이와 함께 학교를 다닐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섭섭하기도 해서 마음과는 다르게 울어버린다. 솔이 당황. 받은 손수건은 지금 필요해 보인다며 다시 승아에게 주게 된다.
승아가 이날 왜 울었는지 솔이에게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는 것 같았다...(아마 혼자만 모름)
대학교 진학 후, 고등학생 시절처럼 자주 보지 못하게 된 두 사람. 그것을 아쉬워 하던 승아는 어느날 한솔의 집을 무작정 찾아온다. 이불과 부루마블, 술병만 들고… 갑작스러운 방문에 한솔은 승아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승아의 페이스에 휘말려 밤새 부루마블을 하며 함께 놀게 된다. 결국 승아는 그날 한솔의 집에서 묵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한솔은 ‘아침만 먹고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승아는 좀처럼 떠날 기색이 없었다. 그러면서 ‘얻어 먹은게 미안하니 설거지만 하겠다’고 나섰다. 그 뒤, 설거지 도중 그릇 하나를 깨먹고는 이번엔 ‘그릇 깨먹은게 미안하니 새 그릇을 사주겠다’고 하는 승아. 괜찮다는 한솔의 말에도 한솔을 끌고 마트로 향한다.
그러나 승아는 이상하게도 그릇뿐만 아니라 양치컵, 실내용 슬리퍼같은 물건을 담는다. 이를 본 한솔이 의문을 품고 묻는다.
“이사라도 가십니까?”
“응.(너네 집으로)”
“그렇군요. 그럼 온 김에 집들이 선물이라도 미리 골라야겠군요.”
“네가? 꼭 안 그래도 되는데. (네 집이니까)”
“그래도 빈손으로 가기엔 좀 그렇습니다.”
“정 그렇다면 말리지 않을게.”
결국 한솔은 집들이 선물로 귀여운 펭귄 모양과 여우 모양의 머그컵을 골랐다.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승아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런 한솔에게 당당한 태도로 이제부터 여기서 살 것이라고 폭탄발언을 하는 승아. 당연하게도 합의되지 않은 일이었기에 한솔은 승아의 짐과 함께 승아를 내쫓아버린다. 그러나 그때, 한솔의 집 안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비명소리를 들은 승아가 다시 한솔의 집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는 한솔이 벌레와 치열하게 대치 중이었다.
한솔은 벌레를 매우 싫어해 스스로 벌레를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아는 한솔 대신 그 벌레를 잡아준다.
“벌레 또 나오면 언제든지 불러.”
“...”
“근데 바로 출발해도 우리 집에서 네 집까지 30분은 넘게 걸려”
“...”
"옆방에 있으면 아마 3초로 단축할 수 있겠지만 말이야"
승아의 한 마디에 한솔은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승아의 동거를 허락하게 된 한솔. 이렇게 박기벌레 전형으로 한솔의 집에 들어오게 된 승아와 함께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유난히 우울해 보이는 승아. 평소 텐션이 높은 승아였기에 눈치 없는 한솔조차 바로 알아챌 정도였다. 평소답지 않은 승아의 모습이 걱정 된 한솔이 그 이유를 묻자, 승아는 한솔에게 받았던 손수건이 너무 낡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솔은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이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영 못미더웠던 승아는 네가 뭘 어쩌겠다는 거냐고 물었지만, 한솔은 끝까지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집에 돌아온 승아는 깜짝 놀라게 된다. 조금 서툰 솜씨지만 정성스럽게 수선 된 손수건이 자신의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할 사람은 한솔밖에 없었기에, 승아는 손수건을 들고 한솔에게 가서 네가 한 것이냐 물었다. 그 물음에 한솔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툴지만 고쳐봤다 대답한다. 그 순간, 감동한 승아는 한솔을 와락 껴안는다. 한솔은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하면서도 이내 함께 승아를 껴안으며 또 못 쓰게 된다면 그때도 자신이 수선해주겠다고 말한다.
이전까지 낡은 손수건을 바꾸는 게 좋지 않겠냐거나 하는 둔한 반응으로 승아를 답답하게 해 왔던 솔이였기에 승아는 자신이 이것을 왜 버리지 않는지도 모르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 질문에 한솔은 그 손수건이 승아씨에게 소중한 거 같아서 라고 대답한다. 이해하지 못 해도 자신의 감정을 존중해 주는 솔이의 태도에 승아는 기쁘고 마음이 술렁였다. 솔이는 처음 만나던 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우는 이유도 묻지 않고 손수건을 건네주던 사람.
승아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손수건이 왜 자신에게 소중한 것 같은지 묻는다. 예상대로 곧이곧대로 어째서냐고 되묻는 한솔에게 넌 정말 예전부터 내 마음은 하나도 모른다고 말하곤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다. 한솔은 놀라긴 했지만 그런 승아를 밀어내지 않았다. 입이 떨어지고 왜 밀어내지 않았냐고 하는 승아에게 한솔은 그냥 피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서 왜 그런 거냐고 물어본다. 승아는 난 너랑 원래부터 쭉 이렇게 하고 싶었다고 대답하며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게 된다. 다시 키스해도 피하지 않을 거냐는 승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솔. 그리고 한솔도 마찬가지로 승아씨를 좋아한다며 그간 승아에게 품어왓던 마음을 털어놓고는 키스를 했으니 책임지겠다며 (?) 자기랑 사귀어달라고 정식으로 고백한다.